생년월일을 잘 몰라서….
“태어난 달을 모른다면, 우기, 건기, 겨울로 나누어서 기록하면 되겠네요.”
태국카렌침례총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나눈 대화의 한 부분이다.
이것은 총회 소속 목회자들의 자료를 정리해야 하는데, 양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서였다.
적지 않은 목회자들의 생년월일이 들쑥날쑥 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유는 본인의 정확한 생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충 적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한다.
달은 모르지만, 태어난 계절이 이곳의 구분에 따라 삼 계절인 우기, 건기, 겨울로 나누는 정도라도 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생일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경우는 불가능할 것이다.
생일날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날도 모르는 사람이 지도력에 필요한 사항을 기억하고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가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이곳에서 목회자가 되었다는 것은 지도력을 검증 받았음을 의미한다.
본인이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성도들이 목회자를 선정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들 가운데 목회자로 적합한 사람을 뽑고 노회나 총회에서 임명한다.
그 가운데 나이가 든 분들은 본인의 생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실 생일을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
생일을 따로 챙길 상황도 아니었다.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필요하지만, 나중에 만든 경우는 대충 적는 경우가 많다.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많이 달라졌다.
생일도 챙기고, 여유도 생기고 있다.
소수부족이지만 회의 중에 노트북을 가져오기도 하고, 선교사도 없는 아이패드를 가져온 지도자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다루는 내용 중에 기억 못하는 생년월일 대신 기억나는 계절로 적어보자는 것이다.
정보사회의 흐름에 따라 최신 기종을 사용하는 지도자도 있지만, 그들이 다루는 내용의 일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어울리지 않는 두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여, 우습게 보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 부모들 세대에는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이 지난 40년간 괄목할만한 교회의 성장을 이루었다.
숫자도 많이 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현장에 잘 토착화된 교회구조이다.
많은 문명의 이로운 도구를 가지고도, 의존적인 교회현장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였지만, 이들 속에 흐르는 건강한 교회의 DNA는 가장 많이 배운 사람도 배워야 할 내용들이다.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것만 보고 우습게 여긴다면, 그 자체가 가벼운 인격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가 생일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기억이 아니라, 부모들이 알려준 것을 생각하면 진짜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동일한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