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한국의 장례식과는 색다른 풍경이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관을 무덤에 묻기 직전, 하관예배를 드리는 순간이다.
그 주위에 놀랍게도 아주 어린 아이들이 둘러 있었다.
이것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다.
오히려 장례식에 참석한 상주나 참여자들이 암묵의 배려인 것 같다.
초포끌라 마을의 파뿌앵 할아버지의 장례식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하나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망자를 함부로 대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이들은 지금 인생에 가장 소중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자인 상가대표가 미리 준비한 할아버지에 대한 삶의 이야기를 읽는다.
파뿌앵 할아버지는 100살로 천수를 누리다가 아프지도 않으시고 주님나라로 가셨다.
12명의 자녀를 포함한 증손까지 모두 129명의 자손들을 보았다.
화려하지 않은 외적으로 초라한 삶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무명인 이었다.
초등학교도 못나온 무학력 이었다.
부를 누려본 적도 없는 가난한 삶이었다.
그런데 그 앞에서 왜 숙연해지는 것일까.
왜 그의 인생이 부러울까?
100살로 건강하게 장수한 삶이었을까
그것보다는 주님이 그에 주신 삶의 몫을 다하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처음 믿은 신앙의 첫 열매로, 기도하면서 보냈다고 한다.
그를 통하여 129명이라는 신앙의 유산들이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부하지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식구들의 모습들이 참 아름답다.
숲 속에 있는 허술한 묘지이지만, 하나님 앞에 참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인생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의 어린 후손들이 마지막으로 보내는 자리에 참여한 것이다.
회한과 아쉬움의 분위기가 아니라,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으로 모였다.
전도서 7장 2절 말씀이 떠오른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
음악, 태권도, 영어, 수학 학원 없지만, 산속의 아이들은 최고의 인생학원을 경험하고 있다.
자기의 몫을 온전히 다하고 간 선대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이 땅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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