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 할머니의 두 렙돈 240받
허름한 한 할머니가 서늘한 아침 기운이 여전한데 찾아오셨다.
그녀의 방문은 한 사람의 헌신이 얼마나 높은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 마을은 러까보 라고 하는 미얀마의 국경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였다.
쌀 농사가 경제활동의 거의 전부인데 가격이 치앙마이에 비해 거의 반값이다.
매우 가난한 태국카렌족의 전통적인 마을이었다.
율레라고 하는 이 할머니는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분 중 한 분이다.
그녀에게는 태국 시민권이 없다.
미얀마에서 태어나 난리통에 태국에 넘어온 지 30년이 되었다.
이 정도면 시민권도 가질 수 있었으나 행정적인 처리과정에서 실수를 하였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아무런 증서도 없다.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어느 국가의 시민으로도 살 수 없는 무국적인생이다.
밭이나 논이 없다.
나이가 70이 되어 원기가 없다.
허름한 집에서 늦총각인 아들과 같이 산다.
아들도 시민권이 없다.
허드렛일도 살아가고 있다.
그 할머니가 아침에 찾아온 것이다.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주름이 잡힌 손에서 돈을 내민다.
신학교 기숙사 건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난 다음날 아침에 찾아온 것이다.
240받.
한국돈으로 만원 정도하는 이 할머니에게는 정말 큰 액수였다.
이곳에서 성인 2일 일당이다.
어쩌면 그 할머니가 가진 전체 현금이었을 수도 있다.
하나님나라를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드리는 것이다.
성경에서 두 렙돈을 드린 과부의 모습이 아마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세속에 물든다는 것은 직분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목사이며 선교사로 이곳에 있지만 나에게 속물의 모습은 적지 않다.
이 할머니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부끄럽고, 고맙고, 감동스러워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하나님나라에 상급이 클 것이다.
그저 그 자리에 같이 참여하여 그분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예기치 않은 할머니의 방문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스승의 방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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